11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나라를 잃었던 암흑의 시기, 목숨을 걸고 대한의 존재 이유를 지켜낸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미 이 날을 ‘순국선열 공동추념일’로 선포했고, 광복 이후 1997년 국가기념일로 격상되며 비로소 국가적 예우가 갖추어졌다.

해방과 건국의 밑거름이 된 분들의 희생이 단순한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국가 존립의 축이라는 점을 후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역사적 책무가 이 기념일에 담겨 있다.

오늘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경제 성장의 토대는 순국선열의 전 생애를 던진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후손들이 이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서대문 형무소의 독립문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옥중에서 고문받으며 끝까지 독립을 외쳤던 선열들의 혼을 품은 역사 현장임에도, 그 의미는 오해되거나 희미해지고 있다.

더구나 과거 중국 사신을 맞던 독립관에 안치된 의사·열사들의 위패를 다시 정비하고 조기 재건립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건물 문제가 아니라 ‘혼을 제대로 모시는 일’이기 때문이다.

순국선열유족회와 광복회 사이의 갈등, 정부 지원의 불균형, 지자체별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의 편차 등도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이다. 누가 더 많은 지원을 받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을 국가가 어떻게 대우하는가’라는 원칙의 문제이다. 독립기념관과 국가보훈부의 기능이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유족·단체·지자체가 대립이 아닌 ‘공동 기억 공동 예우’ 체계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가장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는 과거에 대한 추모만은 아니다. 선열들은 왜 자신의 생명을 던졌는가? 나라가 없어지면 민족도, 가정도, 미래도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초저출산·초고령화 위기는 단순한 경제·복지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망의 문제, 즉 또 한 번의 ‘국가 소멸 위험’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 인구학자들이 경고하듯, 대한민국은 현 출산율 0.7대가 지속될 경우 100년을 버티기 어렵다고 예측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완전소멸 시기’가 구체적 연도로 계산되는 나라가 우리다. 청년 자살률 세계 1위,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매일 수천 건의 낙태, 결혼·출산 대신 반려동물 양육 증가, 공동체 해체와 초저신뢰 사회의 심화는 ‘생명 경시 사회’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조건까지 더해지면 인구 급감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고, 주변 강대국의 영향력 확대 속에서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될 ‘역사의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순국선열의 정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에 가장 절실한 길잡이가 된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선열들은 목숨을 걸어 이를 지켜냈다.
오늘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총칼을 드는 용기가 아니라, 생명을 잇고 공동체를 재건하며 국가를 지키는 책임감이다.

(사)한국출산장려협회가 주창하는 ‘한민족 홍익인간 오천나나 평화운동’에서 강조하는 도덕재무장과 생명재무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도덕재무장은 ‘국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치의 회복’을 의미하고,생명재무장은 ‘생명을 존중하고 이어가는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

저출산 극복은 복지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관·역사관·정체성의 문제이며, 대한민국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되기 위한 문명적 대전환 과제다.

특히 향후 5년은 인구 골든타임이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려운 마지막 시기이다.
국민통합,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 정부·지자체·시민사회·경제계·종교계·언론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총력전이 필요하다. 이는 선열들이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을 이어가기 위한 마지막 사명’이기도 하다.

순국선열의 날은 단순한 국가 추모일이 아니다.

오늘의 우리가 다시는 나라를 잃지 않기 위한 역사적 경고이자 약속의 날이다.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면,우리의 책임은 그 나라를 후손에게 ‘존속 가능한 형태’로 넘겨주는 일이다.

홍익인간의 이념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
한 개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인류와 세계 평화를 이롭게 하는 중심 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서는 것, 그것이 선열들이 꿈꾼 나라의 완성이다.

다가오는 순국선열의 날, 우리는 과거에 머무는 추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잇는 행동으로 선열들을 기억해야 한다.

저출산 극복, 생명 존중, 공동체 회복, 국가관 교육, 국민통합—이 모든 것은 과거의 독립운동과 똑같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가 그 뜻을 이어 나갈 때, 선열들의 희생은 현재와 미래 속에서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출산⦁출생장려는 제2의 구국운동이자 홍익인간의 밝은 미래입니다.
이는 꿈이 아닌 새로운 나라살리기의 시작입니다.
다산코리아! 행복코리아! 홍익코리아!”




박희준